독일에서 집 구하기: 메일 100통 보낸 레알 경험담

독일에서 장기체류가 결정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집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왜냐하면 첫번째 이유는 독일에서 집의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두번째 이유는 집 주인에게 마음에 들게 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고, 세번째 이유는 구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나의 실제 경험을 통해 여러분들이 집을 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작성하였다.

▹집 구하는데도 외국인 차별이 있는가?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에게 집을 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반대로 예를 들자면, 여러분이 한국에서 집주인이고 세를 줘야 하는 입장인데 만일 똑같은 조건이라면 한국 사람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에게 줄 것인가? 이것은 외국인 차별로 볼 것이 아니라, 집주인은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택을 할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외국인 세입자들이 집세를 제때 안주거나, 야간도주를 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여러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어라는 언어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독일어를 잘 한다면 문제없겠지만, 아무리 독일어를 잘해도 독일인만큼 잘하지는 못 할 것이고, 집주인 입장에서도 언어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이 더 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독일에서 집 구하기가 뭐 이렇게 힘든 가?

그 당시 쯔비쉔(Zwischen)이라고 아는 지인이 한국에 한 달 반정도 한국에 가게 돼서 그 사람 집에서 대신 돈을 주고 살고 있었다. 한 달 반이 지나면 다시 방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매우 조급한 상태였다. 그 안에 집을 못 구한다면 비싼 호텔에서 지내거나, 아니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나는 독일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한달동안 1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중에서 10%인 10곳 정도에서만 연락이 왔었고, 연락 온 10곳에 가서 집도 구경하고 원하는 서류도 다 제출하였지만 딱 한 곳에서만 연락이 왔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연락 온 한 곳에서도 나중에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집주인이 계약서 쓰기를 거부했다. 그때는 정말 절망적이었고, 나에게 집을 주지 않는 집주인과 부동산에게 많이 원망했었다. 이 사람들이 외국인을 차별한다고 생각하고 피해 의식도 생겼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하려면 필요한 것은? 행운?

한국에서 인터넷이나 어플로 쉽게 집을 구했던 생각을 하고 독일에서 집 구하기를 시작한다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 독일은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익숙해 있던 경험이나 습관은 잠시 내려 놓고, 독일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는 지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독일에서 집 구하기는 단지 너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한다. 독일에서의 니 집은 분명히 있을 테니 포기하지 말아.’ 좀 어이없겠지만 나의 경험을 봐도 독일에서 집 구하기는 정말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운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운이 생기겠지 라고 생각하는 운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운은 “시간 + 노력” 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메일을 100통 넘게 보냈다. 계속 못 구했다면 200통, 300통도 더 보냈을 것 같다. 되든 안되든 계속 찔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조급함을 버리고 좋은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한달만에 구했지만, 어떤 분은 세 달이 넘어가는 경우도 봤다. 집 없이 세 달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힘들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결국 기다림 끝에 낙이 왔다.

▹드디어 집을 얻나?

거의 포기 모드로 들어와 있을 무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낸 이메일을 봤다며, 갑자기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되면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무조건 알겠다고 했다. 너무 많이 메일을 보내 놔서 연락 온 집이 어떤 집이었는지 전혀 기억할 수도 찾을 수도 없었다. 일단 가서 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에 그냥 가보았다. 집의 위치와 방 내부가 완전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깨끗하고 괜찮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집을 구경하고 있던지 한 5분에서 10분이 지났을까? 어떤 젊은 외국인 여성이 제가 보고 있는 같은 집을 보러 왔다. 속으로 이 집도 물 건너 갔나 싶어서 집을 보여주던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이 집과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언제 알 수 있습니까?’ 그러자 집을 보여주던 사람은 나에게 ‘당신은 이 집이 마음에 드십니까? 만일 정말 마음에 들고 이 집에 살 생각이 있다면 당신에게 이 집을 주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과 계약서를 쓸 수 있습니다’

▹혹시 사기 아닌가?

나는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너무 쉽게 일이 풀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뒤로 집을 구경 온 여자는 막 온 상태였고, 그 사람이 구경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이상했다. 그때 나는 보통 부동산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전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집을 보여줬던 사람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 서류가 없어도 나를 믿는다고 이야기하였다. 나의 이상한 세한 느낌은 이거 혹시 사기 아닌가 라는 의심으로 확정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덜컥 사인했다가 사기당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빨리 가봐야 할 데가 있고 내일 할 수 있냐며 시간을 잠시 미루었다. 그 사람은 알겠다며, 내일 몇 시에 어디로 오라며 주소를 알려주고 헤어졌다.

▹알고 보니 집주인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사람이 알려준 장소로 계약서를 쓰러 갔다. 조금만 이상해도 계약서를 안 쓰고 나올 생각으로 머리속에 의심을 한가득 장착을 하고서 말이다. 그때 당시 나는 독일어도 영어도 부족한 상태였고,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갔기 때문에 극도로 긴장하고 예민했었기 때문에 더 의심을 했는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나에게 집을 보여준 사람은 부동산이 아닌 집주인 이였고, 부동산을 걸쳐서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는 것이었다.

궁금했던 점이나 의심스러웠던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니 집주인은 굉장히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조심스럽게 왜 하필 나에게 이 집을 주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집주인은 자기가 딸이 하나 있고 딸이 바이올린을 전공하는데 예전에 딸의 과외 선생이 한국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 한국 바이올린 과외 선생님을 보면서 한국 사람에 대해 좋은 인식이 생겼고, 마침 내가 또 한국 사람이라 나에게 집을 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었지만 이 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짜 마음 고생하면서 집을 구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집을 구했으니 말이다. 내가 앞서 말했던 운이었다고 말하는 거 외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주인의 한국인 과외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한국인으로서 누군가에게 행동을 잘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독일에서 집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만 나의 경험담을 통해 용기를 얻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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